영업일을 하다보면 입찰을 해야할 때가 많습니다. 고객 니즈 개발에서 시작해서 입찰 후 계약까지 영업이 해야하는 기본프로세스입니다. 그 뒤는 개발팀이 진행을 하기 때문입니다.
입찰이 시작되면 제일 중요한 것이 가격입니다. 저도 처음 입찰을 준비할 때, 발주처가 공고한 예산이 1억이라면, 거기서 5~10% 정도 낮춰서 쓰면 된다고. 경쟁사보다 조금만 낮으면 낙찰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틀렸습니다. 그 계산에는 빠진 게 몇가지 있었습니다.
실제 있었던 일
수년 전, 예산의 10%를 낮춰 입찰했습니다. 수주했습니다. 기뻤습니다.
그런데 계약 단계에서 구매과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5%만 더 낮춰줄 수 있겠습니까?" 이미 10%를 낮춘 상태였습니다. 거기서 5%를 더 빼면 마진이 거의 없습니다. 그래도 계약을 놓치기 싫어서 받아줬습니다.
문제는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개발이 시작되니 범위가 조금씩 늘어났습니다. 처음 제안서에 없던 기능 요청이 하나씩 추가됐습니다. 계약서상 범위라는 게 늘 명확하지 않으니 거절하기도 애매했습니다.
결국 그 프로젝트는 수주는 했지만 수익은 거의 남지 않았습니다. 사람도 지쳤고, 관계도 소모됐습니다.
아무도 말해주지 않는 세 가지 비용
입찰 경험이 많지 않은 분들이 흔히 하는 계산이 있습니다. 발주 예산에서 5~10%만 낮추면 된다는 생각입니다. 그런데 이 계산에는 중요한 세 가지가 빠져 있습니다.
① 조달수수료
공공 입찰은 나라장터를 통해 진행됩니다. 나라장터를 운영하는 조달청은 계약 금액의 일정 비율을 조달수수료로 가져갑니다. 입찰 가격 산정 시 이 조달수수료를 미리 계산에 넣지 않으면, 낙찰을 받고도 예상보다 적은 금액으로 사업을 진행하게 됩니다. 특히 수억 원 규모 사업에서는 무시할 수 없는 금액이 됩니다.
물품 및 일반용역 조달수수료 요율 (총액계약 기준)
| 계약 금액 구간 | 기본 요율 |
|---|---|
| 2천만 원 이하 | 210,000원 (정액) |
| 2천만 원 초과 ~ 5천만 원 이하 | 530,000원 (정액) |
| 5천만 원 초과 ~ 1억 원 이하 | 1.07% (정률) |
| 1억 원 초과 ~ 10억 원 이하 | 0.76% (정률) |
| 10억 원 초과 ~ 100억 원 이하 | 0.48% (정률) |
※ 금액이 커질수록 누진 감해지는 체감 요율 적용 (출처: 조달청)
② 부가세 포함 여부 확인
제안요청서에 명시된 예산은 대개 부가세가 포함된 금액입니다. 그런데 종종 이것을 놓치고 부가세를 별도로 생각한 채 가격 시나리오를 만들곤 합니다. 이렇게 되면 낙찰을 받아도 10%는 무조건 손해입니다. 입찰 가격을 계산하기 전에 RFP에 명시된 예산이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 반드시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그리고 가격 시나리오에도 적용해야합니다.
③ 계약 단계의 네고
낙찰이 끝이 아닙니다. 실제 계약을 할 때 발주처의 구매 담당이나 총무 부서에서 추가 네고를 요청해 옵니다. 왜냐면 담당부서의 역할이 있기 때문에 본인들도 어느정도 성과를 내야하기 때문입니다. 입찰 단계에서 이미 빠듯하게 가격을 써냈다면 이 네고를 받아줄 여유가 없습니다. 거절하면 관계가 틀어지고, 받아주면 손해입니다. 대부부은 울며 겨자먹기로 받아줍니다.
그래서 입찰 가격은 이렇게 계산해야 합니다
입찰 예산에서 단순히 5~10%만 낮추는 게 아닙니다. 역산이 필요합니다.
실제 원가 먼저 계산
인건비(프리랜서 포함), 장비비, 외주비, 상주비 이 금액 아래로는 절대 내려갈 수 없는 마지노선입니다.
부가세 포함 여부 확인
RFP 예산이 부가세 포함인지 별도인지 먼저 확인합니다. 부가세 포함 예산을 별도로 착각하면 낙찰 후 10%가 무조건 손해입니다. 쉬운것 같지만 어처구니 없게 빠뜨리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조달수수료 더하기
실제 수령 금액과 입찰 가격의 차이입니다. 반드시 입찰 가격 안에 포함시켜야 합니다.
계약 네고 여유분 더하기
네고 요청이 왔을 때 줄 수 있는 금액을 처음부터 포함시켜 둡니다. 협상 여지를 미리 확보하는 겁니다.그래야만 회사의 안전마진을 챙길수가 있습니다.
경쟁사 대비 가격 경쟁력 검토
여기서 최종 입찰 가격이 결정됩니다. 1~4단계를 다 채운 뒤 경쟁력을 따지는 겁니다. 순서가 중요합니다.
최저가가 항상 유리한 건 아닙니다
입찰에서 가격이 전부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기술 평가 점수와 가격 점수가 함께 반영되는 사업에서는 무조건 낮은 가격이 정답이 아닙니다. 기술과 가격의 비율은 고객에 따라 다릅니다.
어떤 사업에는 9:1, 또 어떤 사업에서는 8:2, 심지어 7:3인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지나치게 낮은 가격은 오히려 "이 회사가 제대로 할 수 있을까?"라는 의심을 삽니다. 발주처 담당자도 경험이 있습니다. 원가 이하로 보이는 가격을 보면 납품 품질을 걱정합니다.
적정한 가격으로 수주해서 제대로 납품하는 것. 그게 다음 입찰로 이어지는 레퍼런스가 됩니다.
지금 입찰을 준비 중이시라면 딱 하나만 확인해보세요.
지금 쓰려는 입찰 가격에
① RFP 예산의 부가세 포함 여부
② 조달수수료
③ 계약 네고 여유분
이 세 가지가 모두 반영되어 있습니까?
하나라도 빠져 있다면 지금 다시 계산할 타이밍입니다.
입찰 가격의 본질은 경쟁사보다 낮게 쓰는 게 아닙니다.
수주하고 나서도 남는 장사를 하는 겁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아무리 완벽한 가격 전략을 세웠더라도, 제안서 자체의 본질이 흔들리면 수주할 수 없습니다. 제안 작업 시 범하기 쉬운 치명적인 실수는 [15년 차 IT 영업인이 말하는 제안서 실패의 진짜 이유]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