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는 200페이지 제안서를 1주일 안에 마무리해야 했습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중간에 임시 공휴일도 하나가 껴 있었습니다. 실제 작업은 거의 6일 남짓이었습니다.
제안서를 쓰다 보면 책상 위에는 참고 자료들이 쌓이게 됩니다. 프린트한 RFP, 경쟁사 분석 자료, 이전 제안서 파일들 등등으로 어수선합니다. 그러다 보면 유선 키보드 케이블 밑으로 자료가 들어가거나, 자료들 사이에 유선 케이블이 들어가기도 합니다.
일분일초가 귀한 시간일때 이 조차도 시간을 잡아먹습니다. 개인적으로 제안서를 쓸때는 책상위가 가장 쾌적한 상태로 있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안서 작업을 하던 중간쯤 되던 날, 링바오 무선 키보드로 바꾸었습니다.
전과 후 — 콕스 유선 vs 링바오 무선
거의 3년 동안 유선 키보드만 썼습니다. 콕스 기계식이었습니다. 흰색과 청록 배색, 풀배열. 타건감도 나쁘지 않았고 불만도 없었습니다. 제안서도 작업도 그럭저럭 잘 했습니다.
그런데 지난주처럼 자료도 많고 시간도 촉박한 제안서를 작업하는 상황에서 유선이 발목을 잡을 줄 몰랐습니다. 와, 케이블 하나가 이렇게 거슬릴 줄이야....
선 하나 없앴을 뿐인데
링바오로 바꾼 다음 날 아침, 책상이 달라 보였습니다.
자료를 키보드 앞에 마음대로 펼칠 수 있었습니다. 케이블이 없으니 자료를 당기는 일도 없었습니다. 키보드 위치를 앞으로 땡기고 싶으면, 자료에 방해 없이 그냥 들어서 옮기면 됐습니다.
선 하나를 없앴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안서 작업 환경 쾌적할 줄이야! 왜 이걸 미처 몰랐을까?
솔직한 비교 — 좋아진 것과 달라진 것
비록 몇일 써보진 않았지만, 두 제품을 번갈아 써본 결과입니다.
| 항목 | 콕스 유선 | 링바오 무선 |
|---|---|---|
| 연결 방식 | USB 유선 | 무선 (블루투스 + 2.4GHz) |
| 배열 | 풀배열 (숫자 패드 포함) | 98키 (숫자 패드 포함) |
| 타건감 | 무난함 | 확실히 좋음 ▲ |
| 소음 | 보통 | 조금 큼 (기계식 특성) |
| 무게 | 비슷함 | 비슷함 |
| 책상 정리 | 케이블이 자료를 걸음 | 자유롭게 위치 변경 가능 ▲ |
왜 청축을 선택했는가
기계식 키보드를 고를 때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스위치 축입니다. 청축, 갈축, 적축, 흑축. 종류가 많아서 처음엔 헷갈립니다. (사실 기계식 키보드를 사용하진 않을 때는 축이란 것이 있는지도 몰랐습니다.T.T)
저는 고민 끝에 청축을 골랐습니다.
청축은 누를 때 "딸깍" 하는 클릭감과 소리가 함께 옵니다. 반면 적축은 클릭감 없이 부드럽게 눌리고, 갈축은 그 중간입니다. 사무실 동료들이 예민하다면 적축이나 갈축이 무난한 선택일 수 있습니다. 다행히도 저희 사무실 직원들이 그렇게 예민한 편도 아니고 이미 다른 동료가 기계식을 키보를 사용하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제가 청축을 고른 이유는 단순합니다. 타건감입니다. (손맛이라고도 하지요)
제안서 작업은 하루 종일 같은 자세로 같은 화면을 보며 타이핑하는 일입니다. 길어지면 지루함이 몰려옵니다. 그럴 때 청축의 또각또각한 타건감이 묘하게 그 지루함을 달래줍니다. 손끝에서 느껴지는 리듬이 있다 보니, 단순 반복 작업이라는 느낌이 덜합니다. 소음은 감수해야 하는 부분이지만, 그만큼 타이핑하는 맛이 확실합니다.
동글 방식을 고른 이유
무선 키보드는 연결 방식도 두 가지로 나뉩니다. 블루투스와 2.4GHz 동글(USB 리시버)입니다.
저는 동글 방식을 씁니다.
블루투스는 여러 기기를 오가며 쓰기 편하지만, 주변에 다른 블루투스 기기가 많으면 가끔 끊김이나 지연이 생깁니다. 반면 2.4GHz 동글은 동글과 키보드가 1:1로 직접 연결되기 때문에 반응속도가 가장 빠릅니다. 사실 저는 여러 개를 오가면 사용할 일도 없습니다. 오직 노트북과 키보드만 연결해서 사용합니다.
제안서를 쓰다 보면 머릿속 생각의 속도와 타이핑 속도가 같아야 흐름이 끊기지 않습니다. (진짜 중요합니다.) 입력 지연이 조금이라도 느껴지면 그 흐름이 끊깁니다. 동글 방식은 그 끊김이 거의 없습니다. 작업할 때 입력이 그대로 따라온다는 느낌, 그게 동글을 고른 이유입니다.
단점은 동글을 잃어버리면 무선 기능을 못 쓴다는 점입니다. 딱히 잃어버릴 염려는 없습니다. 맥북이다 보니 별도의 연결 젠더가 있어서 거기에 꽂아두고 다닙니다. 외근 갈때는 노트북만 떼어가면 됩니다.
제안서 작업에서 키보드가 중요한 이유
IT 영업을 15년 하면서 제안서를 거의 백 개는 썼습니다. 짧게는 며칠, 길게는 몇 주씩 하루 종일 타이핑을 합니다.
이 정도로 오래 쓰면 키보드가 손에 맞는지 안 맞는지 금방 압니다. 타건감이 좋으면 리듬이 생깁니다. 리듬이 생기면 집중이 됩니다. 집중이 되면 문장이 빨리 나옵니다.
반대로 키보드가 불편하면 손가락이 먼저 지칩니다. 손가락이 지치면 집중력도 함께 떨어집니다.
200페이지 제안서를 1주일 안에 끝낼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가 책상 환경이었습니다. 케이블 하나 없앤 것이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아쉬운 점
솔직히 말하면 소음이 조금 큽니다. 기계식 키보드 특성상 어느 정도는 감수해야 합니다.
사무실에서 혼자 야근하며 쓸 때는 괜찮습니다. 하지만 낮에 조용한 사무실에서 상대방이 말하는 동안 타이핑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주변을 한번 살피는 게 좋습니다. 이 부분은 제품 문제가 아니라 기계식 키보드를 선택할 때 감수해야 하는 부분입니다. 어쩌면 동료간에 에티켓일 수 있습니다.(저는 동룍의 복을 받은것 같습니다)
책상 위에 케이블이 몇 개나 있으신가요.
그 케이블 중 하나라도 없앨 수 있다면
오늘 책상이 달라 보일 수 있습니다.
장비의 변화는 작지만
업무 환경의 변화는 생각보다 큽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데스크 위 선을 없애고 타이핑 피로도를 줄여준 키보드만큼이나, 직장인의 손목 건강을 지켜준 또 다른 일등 공신은 [마우스 함부로 썼다가 손목 망가질 뻔했습니다! 버티컬 마우스 1년 사용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