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년 차 IT 영업인이 AI를 제안서에 쓰는 방법


최근 클로드에  Fable5 모델을 출시했습니다. 하루가 멀다하고 AI업체들이 서로 앞다투어 신모델들을 출시하고 있습니다. 이제는 AI가 업무에서 뗄레야 뗄 수 없게 되어버렸습니다.

사람들은 AI로 업무가 바뀐다고 하면, 대부분 이렇게 생각합니다.

"나는 전문직이라 AI가 대체 못 해." 또는 "써봤는데 별로 쓸모없더라."

저도 그랬습니다. IT 영업을 15년 해오면서 제안서는 항상 내가 직접 써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RFP를 분석하고, 경쟁사를 따지고, 전략을 짜고, 문장을 다듬는 일. 경험이 쌓일수록 내 손이 필요한 일이라고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번 제안서 작업에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15일 걸릴 일을 7일 만에 끝냈습니다.

AI를 쓴다는 게 어떤 의미인지 몰랐습니다

처음에는 저도 AI를 단순하게 썼습니다. "이 내용 요약해줘", "문장 다듬어줘."그 정도였습니다. 결과물이 그럭저럭 나오긴 했지만 직접 쓰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달리 접근했습니다. AI에게 단순한 작업을 맡긴 게 아니라, 제안서 작업의 구조 자체를 AI와 함께 짰습니다.

실제로 이렇게 했습니다 — 4단계 워크플로우

1

GPT에게 회사를 먼저 알렸습니다

회사 소개서와 제품 소개서를 GPT에 먼저 입력했습니다. 그다음 RFP를 넣고 이렇게 물었습니다. "우리 회사 입장에서 이 RFP를 분석하고 수주 전략을 짜줘." 예전 같으면 하루 종일 앉아서 혼자 할 일이었습니다. GPT는 몇시간도 안 걸렸습니다.

2

기존 제안서를 학습시켰습니다

과거에 작성한 제안서를 GPT에 넣었습니다. 그런 다음 RFP의 요구사항 항목별로, 기능 요구사항부터 프로젝트 지원 방안까지 하나씩 분석해달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강한 부분과 약한 부분이 한눈에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3

GPT 분석을 Claude로 넘겼습니다

GPT가 분석한 내용을 바탕으로 이번엔 Claude에게 실제 제안서에 들어갈 내용을 써달라고 했습니다. GPT는 분석과 전략에 강하고, Claude는 자연스러운 문장 생성에 강합니다. 두 도구를 역할에 맞게 나눠 쓴 겁니다.

4

마무리 검수도 Claude로 했습니다

완성된 제안서의 오탈자 검수와 문장 일관성 점검을 Claude로 마무리했습니다. 200페이지 분량을 혼자 다시 읽는 것과 AI에게 맡기는 것. 시간 차이가 상당했습니다.

Tip - AI 툴을 돌리기 , 제안서의 본질을 파악하는 법은 앞선 칼럼을 참고하라

결과는 숫자로 나왔습니다

구분 기존 방식 AI 활용 방식
RFP 분석 1~2일 (혼자) 2~3시간 (GPT)
전략 수립 2~3일 (회의·검토) 반나절 (GPT 분석 기반)
본문 작성 7~9일 (직접 작성) 3~4일 (Claude 초안)
검수·마무리 2일 (직접 검토) 반나절 (Claude 검수)

85%는 쓸 만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처음엔 반신반의했습니다. AI가 내놓은 초안이 얼마나 쓸 만할지 몰랐습니다.

결과는 생각보다 좋았습니다. 85% 이상은 퀄리티가 만족스러웠습니다. 나머지 15%는 제가 직접 손을 봤습니다. 방향이 어긋났거나, 우리 회사 특유의 표현 방식이 필요한 부분이었습니다.

그 15%가 중요합니다. AI가 채울 수 없는 그 자리가 바로 15년 경험이 들어가는 곳입니다.

다 끝내고 나서 든 세 가지 생각

7일 만에 제안서를 마무리하고 나서 머릿속에 질문 세 개가 남았습니다.

첫째, AI가 없었을 때는 도대체 어떻게 썼을까?

되돌아보니 예전 방식이 너무 비효율적이었습니다. 같은 내용을 여러 번 다시 쓰고, 혼자 검토하고, 오탈자 하나 잡으려고 200페이지를 다시 읽었습니다. AI가 있으면 그 시간을 전략과 차별화에 쓸 수 있습니다.

둘째, 경쟁사도 AI를 쓴다면 나의 경쟁력은 무엇인가?

이게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AI는 이제 도구가 아니라 기본값이 됩니다. 모두가 AI를 쓰는 시대에 차별점은 어디서 나올까요. 결국 AI에게 무엇을 물어보느냐, 어떤 맥락을 주느냐가 결과를 가릅니다. AI를 잘 다루는 능력 자체가 경쟁력이 됩니다.

셋째, 평가위원도 AI로 1차 검토를 한다면?

공공 입찰의 서류 평가를 AI가 1차로 걸러낸다면 어떻게 될까요. 모든 제안서가 AI로 작성된 세상에서 서류 통과는 기본이 되고, 결국 승부처는 발표(PT)가 됩니다. 현장에서 전달되는 신뢰감, 질의응답에서 나오는 경험, 그리고 사람 대 사람의 관계. AI가 채울 수 없는 그 부분이 앞으로 더 중요해질 겁니다.

AI가 제안서를 쓴 게 아닙니다

한 가지 오해는 짚고 넘어가고 싶습니다.

AI가 제안서를 쓴 게 아닙니다. 제가 썼습니다. AI는 분석하고, 초안을 잡고, 검수를 도왔습니다. 최종 판단과 수정은 모두 제 몫이었습니다. 15년의 영업 경험이 없으면 GPT가 내놓은 전략이 맞는지 틀린지도 판단할 수 없습니다.

결국 AI는 도구입니다. 그 도구를 잘 쓰는 사람과 못 쓰는 사람의 차이가 앞으로 점점 벌어질 겁니다.

지금 진행 중인 업무 중 반복적으로 시간이 걸리는 작업이 있으신가요.

오늘 딱 하나만 AI에게 맡겨보세요.
처음엔 어색합니다. 하지만 계속해서 다듬어 가면 달라집니다.

AI를 쓸 줄 아는 것보다
AI를 어떻게 쓸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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