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초에 스테로이드가 들어있다고? 10년째 오해를 풀어드립니다.

📌 이 글의 핵심 한 줄 감초의 성분은 우리가 매일 먹는 콩·도라지와 같은 식물성 성분입니다.
병원에서 쓰는 합성 스테로이드와는 종류 자체가 다릅니다.

감초

한약을 드시다가 주변에서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그거 스테로이드 들어있는 거 아니야?"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도 처음 그 말을 들었을 때 잠깐 멈칫했습니다. 혹시 모르는 무언가가 있는 건 아닐까 하고, 한참을 찾아봤습니다.

그런데 찾으면 찾을수록, 이상한 점을 발견했습니다.

"스테로이드가 있다"는 말도 완전히 틀린 말이 아니었고, "스테로이드가 없다"는 말도 틀린 말이 아니었습니다. 둘 다 맞는 말인데, 왜 이렇게 오해가 생겼을까요?

어쩌면 우리가 '스테로이드'라는 단어 앞에서 맥락을 잃어버린 것일 수 있습니다. 오늘은 그 맥락을 찬찬히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감초가 왜 한약의 60%에 들어갈까요

'약방의 감초'라는 말, 한 번쯤 들어보셨을 겁니다.

실제로 한약 처방의 약 60%에 감초가 포함된다고 합니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어디에나 들어가는 걸까요?

감초는 주인공이 아닙니다. 바로 이것이 핵심입니다.

스포츠로 비유해보겠습니다. 감초는 최전방 공격수가 아닙니다. 팀 전체를 유기적으로 조율하며 스타 플레이어들의 시너지를 극대화시키는 조력자입니다. 감초가 없으면 각 약재들이 따로 놉니다. 감초가 있으면 서로 어우러지기 시작합니다.

한의학에서는 이것을 '국로(國老)', 즉 나라의 원로라고 불렀습니다. 어지간한 한약에 다 들어갈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흥미로운 사실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감초는 건조한 기후에서 잘 자랍니다. 우리나라처럼 습한 기후와는 맞지 않습니다. 그래서 세종대왕 시절부터 국내 재배를 시도했지만, 600년이 지난 지금도 완전한 국산화에는 이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한국인에게 가장 친숙한 한약재이면서, 여전히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아이러니가 바로 감초입니다.

스테로이드라는 오해는 어디서 왔을까요

자, 이제 본론입니다.

감초가 스테로이드라는 이야기는 틀린 이야기가 아닙니다. 반쪽짜리 이야기입니다.

감초의 주성분은 글리시리진(Glycyrrhizin)입니다. 이 성분이 체내에서 스테로이드와 비슷한 방식으로 작동하는 부분이 있습니다. 몸속에서 스테로이드 호르몬의 분해를 늦추고, 결과적으로 혈중 농도를 높이는 역할을 하기도 합니다.

여기까지만 들으면 "역시 스테로이드잖아"라고 생각하실 수 있습니다.

그런데 중요한 것은, 종류가 다르다는 점입니다.

우리가 흔히 걱정하는 스테로이드, 즉 병원에서 쓰는 그 스테로이드는 '당질코르티코이드(코티졸)'입니다. 강력한 에너지 대사와 면역 억제 작용을 하며, 장기 복용 시 부작용이 생기는 것이 바로 이것입니다.

반면 감초의 글리시리진은 '무기질코르티코이드(알도스테론)'처럼 작용합니다. 이것은 체내 전해질 균형과 체액량 조절에 관여하는 전혀 다른 종류의 성분입니다.

비유하자면 이렇습니다.

"자동차에 엔진이 있으니까, 비행기에도 엔진이 있으면 같은 거 아닌가요?"

엔진이라는 단어는 같습니다. 그러나 작동 원리와 용도는 완전히 다릅니다.

콩과 도라지에도 같은 성분이 있습니다

진짜 스테로이드와 감초가 얼마나 다른지, 아래 표를 함께 보시겠습니다.

구분 감초 (글리시리진) 콩·도라지·마 합성 스테로이드
분류 식물성 성분 식물성 성분 합성 의약품
주요 작용 체액·전해질 조절 보조 식물성 호르몬 유사 면역억제·에너지 대사
도핑 금지 해당 없음 해당 없음 금지
주의 복용량 하루 100g 이상, 수십 일 해당 없음 소량도 전문가 지도 필요
일반 한약 함량 하루 6~8g 수준

이 표를 보시면 감이 오실 겁니다.

결국 감초의 성분은 우리가 매일 식탁에서 먹는 콩, 도라지, 마에도 들어있는 식물성 성분입니다. 이것들을 문제 삼는다면, 된장찌개도 문제가 됩니다.

그리고 도핑 금지 성분은 합성 스테로이드입니다. 감초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유럽에서는 감초 사탕이 매우 일반적인 간식입니다. 특히 네덜란드 사람들은 1인당 연평균 2kg의 감초를 섭취한다고 합니다. 이 사실 하나만으로도 감초에 대한 막연한 불안감이 조금은 내려앉지 않으신가요?

물론 주의할 점은 있습니다. 감초를 하루 100g 이상, 수십 일간 과다 복용하면 혈압이나 부종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인 한약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의 양은 하루 6~8g 수준입니다.

결국 문제는 감초가 아니었습니다. 정보의 맥락을 잃어버린 오해였습니다.

감초를 제대로 이해하고 활용하는 법

감초를 제대로 알고 나면, 우리 일상에서 유용하게 참고할 수 있습니다.

감초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첫째, 생감초(生甘草)입니다. 가공하지 않은 감초로, 해독과 항염 작용이 상대적으로 강한 편입니다. 독성이 있는 약재와 함께 쓸 때 그 성분을 조절하는 역할을 합니다.

둘째, 자감초(炙甘草)입니다. 꿀이나 열을 가해 가공한 감초입니다. 일반적인 한약 처방 대부분에 사용되며, 각 약재의 효능을 조화롭게 만드는 역할을 합니다.

🍵 목이 칼칼할 때 — 감초 차 만드는 법 도라지 30g + 감초 10g을 물 2리터에 넣고 끓인 뒤, 약불로 20~30분 더 우려냅니다.
하루에 2~3잔 정도 마시면 됩니다.
한의학 문헌에도 기록된 전통적인 방법입니다.

⚠️ 고혈압이 있으시거나 임신 중이시거나 이뇨제를 드시는 분은 전문가와 먼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자주 묻는 질문

Q. 감초에 스테로이드 성분이 정말 있나요?

A. 식물성 스테로이드 유사 성분(글리시리진)이 있습니다. 그러나 병원에서 쓰는 합성 스테로이드(코티졸)와는 성분의 종류와 작용 방식이 전혀 다릅니다. 콩, 도라지, 마에도 같은 식물성 성분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Q. 감초가 들어간 한약을 오래 먹어도 괜찮나요?

A. 일반적인 처방에 들어가는 감초 용량(하루 6~8g 수준)에서는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부작용이 우려되는 수준은 하루 100g 이상을 수십 일간 섭취하는 경우입니다. 단, 고혈압·임산부·이뇨제 복용자는 사전에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Q. 감초는 도핑 금지 성분인가요?

A. 아닙니다. 감초는 세계반도핑기구(WADA) 금지 목록에 포함되어 있지 않습니다. 도핑 금지 대상은 합성 스테로이드 호르몬이며, 감초의 식물성 성분과는 다릅니다.

마무리하며

우리는 종종 단어 하나에 모든 맥락을 실어버립니다.

'스테로이드'라는 말 앞에서 우리는 생각을 멈췄습니다. 어떤 종류인지, 얼마나 들어있는지, 실제로 어떤 영향을 주는지를 확인하지 않은 채로요.

솔직히 저도 그랬습니다. 그 말 한마디에 흔들렸고, 직접 찾아보기 전까지는 불안했습니다.

그렇다면 스스로에게 물어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나는 지금 '단어'를 보고 있는가, 아니면 '사실'을 보고 있는가?

오늘 목이 칼칼하다면, 도라지 30g과 감초 10g을 물 2리터에 끓여보시겠습니까? 600년의 지혜가, 생각보다 우리 곁에 가까이 있습니다.

⚕️ 안내 이 글은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작성되었으며, 의학적 진단이나 치료를 대체하지 않습니다. 건강 상태에 따라 복용 전 반드시 전문의 또는 한의사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참고 자료

  • 최윤용 한의사, 「한국인에게 가장 익숙한 약초… 감초는 어떤 역할할까?」, 헬스조선, 2026
  • 한동하 한의학박사, 「한약 속에 스테로이드가? 무슨 말씀 오해입니다」, 헬스경향, 2018
  • 김호철 교수(경희대 한의과대학), 「한약 중에는 스테로이드가 없다」
  • 농촌진흥청, 「쉽게 하는 약용작물 활용법 — 감초」
  • MSD 매뉴얼 일반인용, 「감초」